
옻칠 공예는 단순한 기술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있다. 옻나무에서 채취한 천연 수액을 나무, 금속, 도자기 등의 표면에 수차례 덧칠하는 이 공예는, 인간과 자연이 오랜 시간 교감해온 전통적 작업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옻칠이 쓰인 유물이 발견되고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가구, 그릇, 사찰의 장식물 등 다양한 용도로 활발히 사용되었다.하지만 옻칠 공예의 진정한 가치는 오랜 시간을 견뎌온 ‘내구성’과 ‘심미성’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공예에는 ‘느림’이라는 시대 역행적 미덕이 깃들어 있다. 하루에 한 번, 많아야 두 번의 칠을 하며, 각 공정마다 자연의 리듬을 따르는 작업은 현대인의 삶 속에서 잊혀진 리듬을 다시 상기시킨다. 그래서 옻칠 공예는 지금, 오히려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전통 기술의 품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