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공예

전통 탈 공예의 복원, 목조 조형물 복원 기법 정리

info-ytt 2026. 3. 21. 10:00

목차

  1. 탈(假面)이라는 조형물 — 한국 탈 공예의 역사적 위상과 재료적 특수성
  2. 세월이 새긴 흔적들 — 목조 탈 유물의 손상 유형과 원인 분석
  3. 탈을 되살리는 손 — 목조 탈 복원의 전통 기법과 보존과학적 접근
  4. 채색층의 복원 — 안료와 아교, 전통 도장 기술의 원칙과 현장 적용
  5. 복원인가, 재창작인가 — 탈 복원의 윤리적 기준과 진정성 논쟁
  6. 탈장(彫刻匠)의 현재 — 기술 단절의 실태와 계승의 구조적 과제
  7.  
국보 하회탈 및 병산탈

1. 탈(假面)이라는 조형물 — 한국 탈 공예의 역사적 위상과 재료적 특수성

탈을 단순히 연희(演戲)의 도구로 이해하는 것은, 그 안에 담긴 수백 년의 기술과 사유를 놓치는 일이다. 한국의 전통 탈은 단순한 얼굴 가리개가 아니었다. 그것은 귀신을 쫓고 신을 맞이하는 의례의 매개였으며, 사회적 모순과 인간의 욕망을 상징화한 조형 언어였고, 그 모든 기능을 목재라는 살아있는 재료 위에 구현한 공예적 성취였다. 탈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깎이고, 구워지고, 채색되고, 사람의 손에 쥐여지며 닳아가는 사물이었다. 이 과정이 탈에 독특한 조형적 긴장감을 부여하지만, 동시에 복원을 극도로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목조 탈로는 하회별신굿탈놀이에 사용된 하회탈(河回假面)과 병산탈(屛山假面)이 있으며, 국보 제121호로 지정된 하회탈은 현재까지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목조 탈 유물 중 하나다. 하회탈의 제작 연대에 대해서는 고려 후기부터 조선 초기까지 다양한 견해가 있으나, 목재의 수종 분석과 방사성탄소연대측정(AMS) 결과를 종합하면 최소 500년 이상의 수령을 가진 유물로 평가된다. 이 탈들이 지금까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오리나무(학명: Alnus japonica)라는 수종의 선택이 얼마나 탁월한 재료 판단이었는지를 보여준다.

하회탈의 제작 재료인 오리나무는 조선 시대 탈 장인들이 오랜 경험을 통해 선택한 수종이다. 오리나무는 습기에 강하고 건조 후 갈라짐이 적으며, 결이 균일하여 세밀한 조각이 가능하다는 특성을 가진다. 뿐만 아니라 오리나무는 예로부터 방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해충에 의한 생물학적 피해에도 다른 수종에 비해 저항성을 가진다. 이러한 재료적 특성이 복원에서도 동일 수종의 원칙을 적용해야 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탈 복원에 다른 수종의 목재를 사용하면 수축·팽창 계수의 차이로 인해 경계면에서 새로운 균열이 발생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탈은 목재에 다층의 채색이 더해진 복합 재료 구조를 지닌다. 나무 위에 삼베나 종이를 바르고, 그 위에 호분(胡粉, 조개껍데기를 갈아 만든 백색 안료)을 올리고, 다시 광물성·식물성 천연 안료로 채색하는 다층 구조가 전통 탈의 표면을 이룬다. 이 각 층이 서로 다른 물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온습도 변화에 따라 목재 기반과 채색층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다. 나무가 수축할 때 채색층이 이에 따라가지 못하면 채색층이 들뜨고 박락(剝落)이 일어나는 것이 탈 유물에서 가장 빈번하게 관찰되는 손상 유형이다. 이 다층 복합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탈 복원은 처음부터 방향을 잃는다.

 

2. 세월이 새긴 흔적들 — 목조 탈 유물의 손상 유형과 원인 분석

목조 탈 유물을 보존처리 현장에서 처음 대면하는 복원가는, 그 앞에 쌓인 시간의 층위를 읽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손상의 유형을 정확히 분류하지 못하면, 적절한 처리 방법을 선택할 수 없다. 목조 탈의 손상은 크게 물리적 손상, 생물학적 손상, 화학적 손상으로 나뉘며, 실제 유물에서는 이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복원가는 이 손상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 인과 관계의 고리를 파악해야 한다.

물리적 손상 중 가장 흔한 것은 목재 균열(龜裂)이다. 탈은 사람이 얼굴에 쓰는 과정에서 체온과 땀의 수분을 흡수하고, 사용 후 건조한 환경에서 다시 수분을 잃는 반복적인 사이클을 거친다. 이 흡습과 방습의 반복이 목재 내부에 응력을 축적시키고, 결국 섬유 방향을 따라 균열이 발생한다. 균열은 단순히 미관상의 문제가 아니다. 균열이 발생한 틈으로 대기 중의 수분과 오염물질, 해충이 침투하면서 생물학적, 화학적 손상이 가속화되는 경로가 열린다. 따라서 균열 처리는 탈 복원의 출발점이자 이후 모든 처리의 전제 조건이 된다.

생물학적 손상은 탈 유물이 사용 환경에서 벗어나 장기간 부적절하게 보관된 경우에 심각하게 나타난다. 부후균(腐朽菌)은 목재의 셀룰로오스와 헤미셀룰로오스를 분해하며 목재의 강도를 저하시킨다. 갈색부후(Brown Rot)의 경우 셀룰로오스를 선택적으로 분해하여 목재가 갈색으로 변하고 입방형 균열이 생기며 부서지는 특성을 보이고, 백색부후(White Rot)는 리그닌까지 분해하여 목재가 하얗게 변하고 섬유질이 분리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탈 유물에서는 내부 공동(空洞)이 형성되어 있음에도 표면이 비교적 온전한 경우가 있어, 정밀한 내부 진단 없이 복원을 진행하면 복원 후 구조적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

채색층의 손상은 목조 탈 복원에서 가장 복잡한 문제다. 채색층은 여러 층이 켜켜이 쌓인 구조인데, 각 층의 결합력이 약해지면 층간 박리(剝離)가 일어난다. 박락(剝落)은 채색층이 아예 떨어져 나간 상태를 말하며, 박리(剝離)는 아직 연결되어 있지만 기반에서 들뜬 상태다. 박락이 진행된 탈은 원래의 채색 정보를 영구적으로 잃는다. 전통 탈의 채색은 단순한 색상 정보가 아니라, 탈이 표현하는 인물의 성격과 사회적 지위, 탈놀이의 상징 체계를 담고 있다. 하회탈에서 양반의 탈과 중 탈이 다른 채색을 가지는 것처럼, 채색은 그 자체로 문화적 텍스트다. 채색층의 손상은 그 텍스트의 일부가 지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진단 과정에서는 비파괴 조사 기법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X선 형광분석(XRF)은 채색층의 안료 성분을 비파괴적으로 확인하여 원래 사용된 안료의 종류를 밝혀내는 데 활용된다. 적외선 반사 분석(IR Reflectography)은 채색층 하부에 숨겨진 밑그림이나 이전 채색층을 가시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러한 과학적 진단을 통해 복원 전에 탈의 원래 채색 상태와 안료 성분을 최대한 파악해 두는 것이, 채색 복원의 정확도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사전 작업이다.

 

3. 탈을 되살리는 손 — 목조 탈 복원의 전통 기법과 보존과학적 접근

진단이 완료된 목조 탈 유물의 복원은, 세척에서 시작하여 구조 안정화, 결손 부위 충전, 채색 복원의 순서로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각 단계는 이전 단계의 결과를 바탕으로 하며, 어느 단계도 건너뛰거나 순서를 바꾸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목조 탈처럼 목재와 채색층이 복합된 유물은, 목재 처리와 채색층 처리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각 처리 단계의 순서와 타이밍이 결과의 질을 결정한다.

세척은 가장 보수적인 방법부터 적용한다는 원칙에서 시작된다. 부드러운 솔을 이용한 건식 세척으로 표면의 먼지와 느슨하게 부착된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첫 번째다. 이 과정에서 이미 박리된 채색층이 함께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건식 세척 후에도 남아 있는 오염물에 대해서는 증류수를 최소량 사용하여 면봉이나 솔로 국소적으로 세척한다. 목조 탈의 경우 수분이 목재 내부로 흡수되면 채색층과 목재 기반 사이의 열화가 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수분 접촉 시간을 최소화하고 세척 후 즉시 완만한 조건에서 건조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구조 안정화는 탈 복원의 핵심 단계다. 균열이 발생한 부위와 박리된 채색층을 아교를 이용하여 다시 접착하는 작업이 이 단계의 주된 내용이다. 전통 탈 복원에서 아교는 단순한 접착재료가 아닌 핵심 보존처리 재료로 기능한다. 아교는 목재 기반과 채색층 모두에 친화적이며, 수분에 의해 재용해가 가능한 가역성을 가지기 때문에 미래의 재처리를 허용하는 재료다. 채색층 박리 부위에 대한 아교 주입은 매우 가느다란 주사 바늘을 이용하여 채색층을 들어올리지 않고 틈새로 아교를 침투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때 아교의 농도 조절이 관건이다. 너무 진하면 유동성이 부족하여 깊은 곳까지 침투하지 못하고, 너무 묽으면 접착력이 충분히 발현되지 않는다.

목재 균열 부위의 충전 처리는 동일 수종의 목분(木粉)과 아교를 혼합한 전통적 방식이 원칙적으로 적용된다. 이 목분-아교 혼합 충전재는 원래 목재와 수축·팽창 거동이 유사하여 충전 경계면에서 새로운 균열이 발생할 위험을 최소화한다. 결손 부위의 규모가 크거나 구조적 강도가 필요한 경우에는 동일 수종의 목재편을 정밀하게 가공하여 삽입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이때 삽입되는 목재편의 결 방향은 원래 목재의 결 방향과 일치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결 방향이 다른 목재편을 삽입하면 온습도 변화 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수축·팽창하여 오히려 손상을 심화시킨다.

탈 복원 현장에서 특수한 과제로 떠오르는 것은 탈의 가동부(可動部) 처리다. 하회탈은 입 부분이 별도로 제작되어 연희 중에 움직일 수 있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이 가동부의 연결 구조가 손상된 경우, 단순히 고정시키는 것이 적절한 복원인지, 아니면 원래의 가동 구조를 회복시키는 것이 원칙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국제 문화재 보존 기준은 원래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진정성에 부합하지만, 그 과정에서 현존 재료에 더 큰 손상이 가해질 위험이 있다면 기능 복원보다 현상 보존을 우선할 수 있다는 원칙을 제시한다. 이 판단은 복원가 개인의 재량이 아니라, 진단 자료를 바탕으로 한 전문가 협의를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

 

4. 채색층의 복원 — 안료와 아교, 전통 도장 기술의 원칙과 현장 적용

채색층 복원은 목조 탈 복원에서 가장 가시적이면서도 가장 논쟁적인 영역이다. 복원된 탈의 색이 원래 모습에 얼마나 가까운지는 복원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인식되지만, 동시에 그 판단 자체가 불완전한 증거 위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채색 복원은 과학적 분석 결과와 전통 기술의 지식, 그리고 보수적 판단이 결합하는 영역이다. 한 가지라도 빠지면 복원은 창작으로 전락한다.

채색 복원에 사용되는 안료는 원유물에 사용된 천연 안료와 동일하거나 가장 유사한 것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전통 탈의 채색에는 다양한 천연 안료가 사용되었다. 흰색 바탕인 호분(胡粉)은 조개껍데기나 굴 껍데기를 정제하여 만든 탄산칼슘 계열의 안료이며, 붉은색에는 진사(辰砂, 황화수은)나 연단(鉛丹, 산화납)이, 검은색에는 먹(墨, 탄소 안료)이 주로 사용되었다. 이 안료들은 각각 다른 화학적 성질과 내광성을 가지며, 아교와의 결합력도 안료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채색 복원에서는 어떤 안료를 사용할 것인지와 동시에, 그 안료에 적합한 아교의 농도와 도포 방법을 함께 결정해야 한다.

아교는 채색 복원에서도 핵심 결합재다. 아교는 안료와 혼합하여 도막(塗膜)을 형성하고, 채색층이 목재 기반에 안정적으로 접착될 수 있게 한다. 아교의 농도는 안료의 입자 크기와 도포하는 층의 기능에 따라 달리 조절한다. 초벌 채색층에서는 아교 농도를 낮게 유지하여 목재 기반에 충분히 침투하게 하고, 마감 채색층에서는 농도를 높여 발색(發色)을 선명하게 하면서 내구성을 높이는 방식이 전통적으로 적용되었다. 이 농도 조절의 세부 기준은 문헌 기록으로 전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현재의 복원 현장에서는 숙련된 복원가의 경험과 재현 실험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채색 복원의 범위와 방식에 대한 판단은 손상의 정도와 기록 자료의 충분성에 따라 달라진다. 채색 정보가 충분히 남아 있는 경우 — 예를 들어 박락 직전 단계의 박리만 진행된 경우 — 에는 안정화 처리 후 색맞춤(Inpainting)으로 손상 부위를 보완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색맞춤은 주변 채색과 시각적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색상을 재현하되, 가역성 있는 재료로 도포하여 향후 제거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반면 채색 정보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결손 부위에 대해서는, 추정에 기반한 채색 복원보다는 이질감을 최소화하는 중성색(中性色) 처리가 더 적절한 선택이다. 불충분한 근거 위에서 이루어지는 채색 복원은 원래 유물의 정보를 오염시킬 위험이 있다.

현대의 목조 탈 복원 현장에서는 전통 천연 안료와 함께 가역성이 검증된 보존용 합성 안료가 병용되기도 한다. 이는 일부 전통 안료의 제조 기술이 단절되었거나, 수급이 어려운 현실적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다만 합성 안료의 사용은 원유물의 전통 재료와의 호환성을 우선 검토한 이후에,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납을 함유한 연단이나 수은을 함유한 진사처럼 독성이 있는 전통 안료의 경우, 복원 현장의 안전 문제와 대체 안료의 색상 재현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5. 복원인가, 재창작인가 — 탈 복원의 윤리적 기준과 진정성 논쟁

탈 복원을 둘러싼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다. 어디까지 복원하고 어디서 멈출 것인가. 원래 모습을 추정하여 재현하는 것이 복원인가, 아니면 현재 남아 있는 것을 보존하는 것이 복원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문화재 보존의 국제적 기준과 한국의 전통 복원 관행 사이에서, 그리고 각 유물이 놓인 맥락에 따라 다르게 구성되어야 한다.

국제 문화재 보존 분야의 가장 중요한 기준 문서 중 하나인 1964년 베니스 헌장(Venice Charter)은 복원을 예외적인 행위로 규정하며, 추측에 근거한 복원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복원은 현재 남아 있는 원래 재료와 문서를 바탕으로 해야 하며, 복원된 부분은 원래의 것과 구별 가능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채색 정보가 충분히 남아 있지 않은 탈의 채색 결손 부위를 원래의 색으로 완전히 재현하는 것은 복원이 아니라 창작의 영역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동시에, 하회탈처럼 현재도 지역 공동체의 의례와 연희 맥락 속에서 살아있는 문화 자산으로 기능하는 경우, 단순한 박물관 유물과는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는 논의도 있다.

한국에서 문화재 보존처리 원칙을 제시하는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은 보존처리에 있어 최소한의 개입과 가역성,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국가유산수리에서는 진정성을 유지하고 원래 재료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복원이 이루어져야 하며, 부득이하게 신재를 보충하는 경우에도 식별 가능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적용된다. 이 원칙은 탈 복원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탈의 경우 채색층의 식별 가능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여전히 현장에서 논의 중인 과제다.

탈 복원에서 특히 민감한 문제는 이전 복원 처리의 제거 여부다. 국보 제121호 하회탈을 포함한 다수의 목조 탈 유물들은 보존 환경이 정비되기 이전 시기에 당시로서는 최선의 방법으로 행해진 복원 처리 흔적을 가지고 있다. 이 이전 복원 처리가 현재의 기준으로는 부적절한 재료를 사용했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된 경우, 이를 제거하고 재처리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옳다. 그러나 이전 복원 처리를 제거하는 과정 자체가 원래 재료에 2차 손상을 가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제거의 이익이 잔존 손상 위험을 명확히 초과하는 경우에만 제거가 정당화될 수 있다. 이 판단은 보존과학자, 미술사학자, 인류학자, 공예 전문가가 참여하는 학제 간 협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복원 윤리의 마지막 층위는 복원 후의 활용 문제다. 국보급 탈 유물은 복원 후 박물관에서 보존되고 전시되지만, 지역 공동체에서 실제 의례와 연희에 사용되어야 하는 탈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회별신굿탈놀이처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공동체 전통의 경우, 연희에 실제로 사용되는 복제 탈과 보존 목적의 원형 탈이 명확히 구분되어 관리되어야 한다. 원형 탈을 실제 사용 목적으로 복원하는 것과, 보존 목적으로 현상을 안정화시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접근이며, 이 두 목적이 혼용되는 경우 복원의 방향이 일관성을 잃게 된다.

 

6. 탈장(彫刻匠)의 현재 — 기술 단절의 실태와 계승의 구조적 과제

탈을 만드는 기술과 탈을 복원하는 기술은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뿌리는 같다. 탈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깊이 이해해야 하고, 그 이해는 탈 제작 기술을 직접 몸으로 익히는 과정 없이는 온전하게 형성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탈 복원 기술의 위기는 탈 제작 기술의 위기와 정확히 겹친다. 그리고 두 기술 모두, 현재 한국에서 심각한 단절 위기에 처해 있다.

전통 탈 제작은 국가무형유산 제정 이후 일부 보유자를 중심으로 명맥이 유지되고 있으나, 그 저변은 매우 좁다. 탈 제작 관련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는 극소수이며, 이들이 공식 전수 과정을 통해 실질적인 기술을 이전하는 제자의 수도 제한적이다. 특히 탈 제작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목재를 선별하는 안목, 나무의 결 방향을 읽으며 조각도를 운용하는 손의 감각, 채색 안료를 배합하고 도포하는 기법인데, 이것들은 문자와 영상으로 기록될 수 있는 정보 이상의 것이다. 오랜 시간 스승 곁에서 몸으로 익혀야 하는 암묵지(暗黙知, Tacit Knowledge)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탈 복원 기술 역시 별도의 전문 교육 과정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국내 대학의 문화재 보존학 관련 학과들은 목재 유물 보존처리 전반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지만, 탈처럼 목재와 채색층이 복합된 조형 유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심화 과정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탈 유물의 보존처리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가유산진흥원 등 공공 기관의 보존처리실에서 소수의 전문인력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민간의 탈 복원 전문가는 극히 드물다. 이 구조는 탈 복원 기술의 축적과 전승이 기관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취약성을 내포한다.

기술 계승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 제작 기술과 복원 기술을 연계하는 통합 교육 과정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탈 복원가가 탈 제작의 전통 기법을 직접 학습하고, 탈 제작 장인이 보존과학의 기초 원리를 이해하는 방식의 교육이 이루어질 때, 두 분야의 기술이 서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실제로 문화재 복원 현장에서 보존과학자와 전통 장인이 협력하는 사례들이 축적되면서, 이 협력이 복원 품질을 높이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한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탈 복원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3D 스캐닝을 통해 탈의 정밀한 형태 정보를 디지털로 기록하면, 복원 전후의 형태 변화를 정량적으로 비교하고 미래의 재복원 시 참조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CT(컴퓨터 단층촬영) 분석은 탈 내부의 목재 밀도 분포와 공동 형성 여부를 비파괴적으로 파악하는 데 활용되며, 초분광 이미지(Hyperspectral Imaging) 기술은 육안으로는 구별되지 않는 채색층의 안료 분포를 지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이 기술들은 복원 전문가의 판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도구다. 데이터가 아무리 정밀해도, 그것을 해석하고 처리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은 인간의 판단과 손의 기술이다.

결국 탈 복원은 오래된 나무의 문제가 아니라 기억의 문제다. 탈 안에는 그것을 만든 장인의 손끝, 그것을 쓰고 춤춘 연희자의 땀, 그것을 보며 울고 웃은 공동체의 감정이 새겨져 있다. 복원은 그 기억들이 더 오래 남을 수 있도록, 나무의 수명을 연장하는 행위다. 그리고 그 행위를 이어갈 사람이 있어야 기억도 이어진다. 탈장의 손과 복원가의 손이 함께 움직이는 현장이 지금 이 순간에도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참고 및 인용 자료 출처

  •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 「목재 문화유산 보존처리」, 공식 누리집
  • 국가유산청, 「국보 제121호 하회탈 및 병산탈 보존 현황」, 문화재 기록 자료
  • 국가유산청, 「전통 접착제, 아교와 어교」, 문화재 칼럼
  •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KOFTA), 「부재복원 — 전통 이음·맞춤 공법」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탈(假面)」, 한국학중앙연구원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하회탈놀이」, 한국학중앙연구원
  • ICOMOS, International Charter for the Conservation and Restoration of Monuments and Sites (Venice Charter, 1964)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의 탈」, 민속 아카이브
  • 서울역사박물관, 「목재 보존처리 표준 절차」, 보존과학 공식 자료
  • 문화재보존과학산업협회, 「목재문화재 보존 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