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공예

가마 불의 온도부터 복원 접착제까지: 도자기 복원의 과학

info-ytt 2025. 4. 17. 01:28

도자기 복원은 단순한 수공예 기술일까요? 아닙니다.
실은 이 작업 안에는 열역학, 화학, 재료공학까지 다양한 과학적 원리가 녹아 있습니다. 특히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가마 속 온도부터, 깨진 조각을 붙이는 접착제의 분자 구조까지 이해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복원이 어렵죠.

이번 글에서는 도자기 복원을 ‘과학’이라는 관점에서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전통 장인의 손길 속에서 발견되는 정밀 과학의 세계, 함께 탐험해 보세요.

가마 불의 온도부터 복원 접착제까지: 도자기 복원의 과학
참고용 이미지입니다.

 


목차

  1. 도자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가마 속 온도의 비밀
  2. 유약과 점토, 화학적 반응으로 만들어지는 아름다움
  3. 복원 전, 손상 진단에 필요한 과학적 장비
  4. 접착제는 어떤 원리로 붙는가? 접착력의 과학
  5. 결손부 채움과 표면 착색의 재료과학
  6. 복원 후의 보존 환경, 왜 온도와 습도가 중요한가
  7. FAQ

1. 도자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가마 속 온도의 비밀

도자기는 단순히 흙을 구운 것이 아닙니다. 고온에서 복잡한 화학적·물리적 변화가 일어나면서 도자기가 완성됩니다. 이 과정을 이해해야 복원 시 어떤 재료와 온도가 필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 산화소성: 1,200~1,300℃, 공기와 접촉하며 굽는 방식. 조선 백자 등에 사용.
  • 환원소성: 가마 내부의 산소를 제거하고 굽는 방식. 고려청자의 청록색이 이 방식에서 비롯됩니다.

이런 고온 환경에서 점토는 구조가 재배열되며, 표면은 유리질로 변합니다. 이 때문에 도자기의 내부 조직과 표면층은 물리적 성질이 다르며, 복원 시엔 각각에 맞는 재료가 필요합니다.


2. 유약과 점토, 화학적 반응으로 만들어지는 아름다움

도자기의 표면을 덮는 유약(glaze)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실리카(SiO₂), 알루미나(Al₂O₃), 플럭스(Flux) 등 다양한 광물 성분이 가마 안에서 용융되어 유리질로 변형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유약의 종류에 따라 복원 시 사용할 접착제나 착색 방법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 백자 유약은 규산염 성분이 많아 투명 에폭시와 잘 결합합니다.
  • 청자 유약은 철분이 포함돼 있어 복원 착색 시 색상 안정화 처리가 필요하죠.

또한, 점토 내에 포함된 Fe₂O₃(산화철), TiO₂(이산화티타늄) 등의 함량도 유색 도자기의 발색에 영향을 미칩니다.


3. 복원 전, 손상 진단에 필요한 과학적 장비

전문 복원가는 복원 전 다음과 같은 과학 장비를 활용해 손상 정도를 진단합니다.

  • X선 형광 분석기(XRF): 도자기의 원료 성분을 분석
  • 적외선 촬영(IR): 눈에 보이지 않는 표면 손상을 파악
  • 3D 스캐너: 조각의 정확한 위치와 형태를 디지털화
  • 현미경 관찰: 유약의 미세 크랙, 균열 분석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복원 전 도자기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손상 유형에 따른 맞춤형 복원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4. 접착제는 어떤 원리로 붙는가? 접착력의 과학

복원의 핵심은 ‘붙이기’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붙이는 게 아니라, 재료 간의 분자 수준에서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합니다.

전통 도자기 복원에 주로 쓰이는 접착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접착제 종류주요 성분특징
아교 콜라겐 기반 천연, 가역성 있음, 습기에 약함
에폭시 수지 에폭사이드 강력한 접착력, 투명성, 가역성 낮음
폴리비닐 아세테이트(PVAc) 합성 고분자 사용 용이, 복원 초보자용

접착은 두 물체의 분자 사이에 분산력(반데르발스 힘), 수소결합, 공유결합이 형성되며 발생합니다. 도자기 표면은 유리질이기 때문에, 표면 처리를 통해 극성을 높여야 접착력이 향상됩니다.


5. 결손부 채움과 표면 착색의 재료과학

조각이 유실된 경우에는 그 자리를 채워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건 기존 도자기의 팽창 계수와 비슷한 재료를 선택하는 것!

  • 충전재 예시: 마이크로 실리카, 석고, 도자기 분말 + 합성수지 혼합물
  • 착색재 예시: 무기 안료(철, 크롬, 코발트 산화물), 아크릴 물감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가역성(reversibility)**입니다. 훗날 복원을 다시 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모든 재료는 다시 분해 가능한 형태로 적용되어야 합니다. 이는 국제 보존 윤리 기준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6. 복원 후의 보존 환경, 왜 온도와 습도가 중요한가

복원된 도자기는 ‘끝난 작품’이 아닙니다. 이후의 보존 환경이 품질을 결정합니다.

  • 온도: 18~22℃ 유지
  • 습도: 45~55% 사이가 적정
  • 직사광선: UV 손상 방지 필수
  • 공기 순환: 먼지 및 곰팡이 방지

복원 접착제는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며, 특히 고온 다습한 여름철엔 수축과 팽창이 반복되어 접합 부위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실내 보존 환경 조절은 필수입니다.


FAQ

Q. 복원에 사용된 접착제가 시간이 지나면 황변하지 않나요?
A. 일부 저가형 접착제는 변색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고급 에폭시나 UV 차단 코팅을 활용하면 변색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Q. 도자기 복원에 3D 프린팅이 사용되기도 하나요?
A. 예, 유실 조각을 3D 프린터로 재현하고, 후속 채색과 유약 처리를 병행하는 방식이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Q. 과학 장비 없이도 복원 가능한가요?
A. 가능하지만, 정밀도가 떨어집니다. 문화재나 고가 도자기는 반드시 전문기관에 의뢰해야 합니다.


마무리 정리

도자기 복원은 단순한 수선이 아니라, 전통과 과학이 만나는 섬세한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가마 속 고온에서 생긴 유약의 결정, 점토의 미세 구조, 분자 간 결합력, 그리고 습도와 온도에 대한 민감한 반응까지.

전통 장인의 감각과 현대 과학의 분석력이 어우러져야만, 진정한 복원이 가능합니다.
깨진 그릇 한 조각에도 숨어 있는 과학의 정밀함. 그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도자기 복원은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문화유산의 재탄생이 됩니다.